올해 40살 입니다. 답답한 마음에 적어봅니다..
제 소개를 약간 하자면 키180에 몸무게 80~85를 왔다 갔다 하고,
외모는 그냥 평범한 수준 정도 입니다.
그나마 동안이라 30대로 봐주긴 합니다만, 큰 의미는 없습니다...
20대에는 뚱뚱한 몸매(100키로)에 대학시절 몇번 썸도 타고 고백도 했지만 죄다 차이면서 제대로 된 연애는 못했고,
30대 들어서 직장 생활 하면서 운동을 꾸준히 하기 시작했고, 헬스도 좀 하면서
식스팩까지는 아니여도 체중은 몇년째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요가 안온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몸매가 좋아지니 옷도 좀 사입고, 자신감도 좀 생겨서 몇몇분과 썸도 타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 덕에 소개팅도 몇번 해서 연애도 2~3번 정도 하다가 보니 어느세 40살이 되어 버렸네요.
저는 결혼을 어릴때부터 꼭 하고 싶어서 연애 하던 친구들과 항상 결혼까지 고민하긴 했었으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헤어지게 되었고
그 원인을 돌이켜보면 남들이 10~20대에 했던 첫 연애를 30대에 하다보니 경험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였나 싶습니다.
이번에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슬슬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사그라집니다.
이번 여자 친구는 저보다 5살 아래였고, 주변인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편도 2시간의 장거리 연애이긴 했으나
거의 매주 볼 정도로 좋았습니다. 외모도 이뻤고, 직장생활도 꾸준히 한 친구라서 사회생활 경험도 있고,
성격이나 취미도 꽤나 맞는 편이여서 진중하게 만남을 이어 왔는데, 결국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헤어지는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건 바로 애를 낳는것에 대한 가치관 차이였습니다.
저는 무조건 낳는다. 이왕이면 2~3명까지 낳는게 좋다 라는 생각을 꾸준히 해왔는데
여자쪽은 딩크로 살자, 나는 1명을 낳는것도 절대 싫다 라는 생각이 컷습니다.
사귀고 몇개월이 지난 후에 슬슬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하게 되었고 서로 웃으면서 좋게 좋게 대화를 했습니다.
서로 성격이나 취미, 평소 생각하는 것들도 비슷하고, 속궁합도 잘 맞는 편이고, 대화도 잘 통하니깐
결혼 이야기는 당연한 수순이였죠..
뭐 신혼집은 어디가 좋을까. 결혼하면 어떤 생활을 하게 될까. 뭐 이런 행복한 이야기를 하다가
우스겟소리로 우리 애는 몇명 낳을까. 한 5명 낳을까 라면서 제가 진짜 농담식으로 이야기를 이여갔죠.
그러다가 여자쪽이 정색을 하며 자기는 낳고 싶지 않다. 딩크로 살고 싶다고 그러더군요. (그 전까지는 이런 이야기를 한번도 안했습니다)
그때 약간 제가 어안이 벙벙 했습니다. 하나만 낳자 또는 5명은 너무 많다. 뭐 이런 이야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딩크라니??
어찌보면 몇번 사귀어 보진 못했지만 여태 사귀어 본 사람 중에는 가장 잘 맞고 진심으로 결혼상대라 생각한지라
머리가 띵 할 정도로 충격이였습니다.
아무튼 그때 어색한 분위기를 웃으면서 다른 주제로 대화가 끝나긴 했습니다만 머리속에 계속 그 내용이 맴돌더군요.
저는 사실 연애 한 1년쯤 되었을때 프로포즈 하고 결혼식 날 잡고, 양가에 인사도 드리고 뭐 이런 큰 틀의 플랜을 짜 놓고 있었습니다만
딩크 이야기 이후로는 도저히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서 제대로 각잡고 이야기를 몇번 해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이야기의 끝은 항상 자기는 애 낳기 싫다. 둘이서 알콩달콩 살자. 진지하게 생각을 해봐라 것이였습니다.
사실 저는 어릴때부터 결혼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자녀를 키우고 싶었던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지금도 결혼한 친구들을 볼때 가장 부러운건 바로 자녀 입니다. 친구가 돈이 많고, 예쁜 부인이 있고, 잘 나가고
이런건 부러움에 1%로 정도일까.. 99프로는 자녀가 있고, 자녀 자랑을 하거나 사진을 저에게 보여주면 정말 진심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친과는 올해 초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자녀 계획에 대한 가치관의 차이를 뛰어넘지 못하겠더라구요.
정말 친한 친구 두명에게 이런 고민을 이야기 했더니 어릴때부터 제가 자녀에 대한 환상을 알고 있던 친구들이라 그런지
저에 대해서 공감을 해주더군요.. 뭐 우스겟소리로 술김에 피임 하지말고 저질러봐라, 아니면 결혼하고 살살 꼬드겨라
막상 애가 생기게 되면 마음이 바뀔꺼다 등등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만...
제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니 쉽지 않겠다라고 하더군요.
사귀고 얼마 안되서 그날 따라 서로 만취가 되서 숙소에서 피임을 못하고 한적이 있는데 그 다음날 바로 산부인과에서 약을
처방 받더군요. 그때야 미안한 마음이 컸고, 사귄지 얼마 안되었을 때니까 당연하다 라고 저도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와서 보니 친구들이 말한 방법을 시도 하더라도 사실 산부인과 가서 약 처방 받으면 끝나는 문제니...
아무튼.. 헤어지고 나니 답답하기도 하고.. 내가 포기를 했어야 싶기도 하고..
그래도 친구들 애 낳고 사는 모습보면 너무 부럽고..
다른 사람 만나는것에 대해 이젠 지치네요..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